(용인=연합뉴스) 이의진 기자 = 처음으로 출전한 아시아축구연맹(AFC)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3전 전승을 달린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은 흔치 않은 장면을 그라운드에서 연출했다.
이 감독이 이끄는 광주는 22일 경기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-2025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(ACLE) 리그 스테이지 3차전 홈 경기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(말레이시아)을 3-1로 제압했다.
2-1로 앞선 후반 37분 이 감독은 갑자기 그라운드를 향해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.
화를 참지 못했는지 터치라인까지 달려 나간 이 감독은 연신 양팔을 높게 들며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.
그러자 코칭스태프가 이 감독의 어깨를 잡고 얼른 돌려세우더니 벤치로 끌어냈다.
일반적으로 주심을 향해 판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낼 때 경고를 받을 수 있어 코칭스태프가 감독을 자제시키곤 한다.
그런데 이 감독의 분노가 쏟아진 대상은 주심이 아닌 선수들이었다.
휘하 선수들에게 한을 풀 듯이 소리를 지르는 이 감독을 주심은 휘슬을 든 채 당황한 표정으로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.
승리에도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.
이 감독은 "우리의 축구는 '만들어가는 축구'인데, 선수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 때문에 모르겠지만 롱볼 위주로 플레이해서 이야기한 것"이라며 "롱볼은 하지 말고 제발 우리 축구를 하자고 말했다"고 밝혔다.
'호통 장면'에서 드러나듯 두 골 차 승리에도 이 감독은 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한다.
이 감독은 "준비한 만큼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. 아사니 쪽으로 공격하기로 했고, 아사니가 자유로웠던 장면이 많았는데 많이 연결되지 않아 아쉽다"며 "항상 과정에 집중하라고 (선수들한테) 말하는데, 2-0이 된 이후 결과를 지키려고 했던 게 아쉽다"고 말했다.
첫 경기부터 요코하마 F.마리노스를 7-3으로 격파한 광주는 가와사키 프론탈레(이상 일본)를 1-0으로 잡은 데 이어 조호르까지 꺾고 3연승을 달렸다.
대회에 참가하는 동아시아 12개 팀 가운데 3전 전승으로 현재 1위다.
아시아에서 '잘 나가는' 광주지만 K리그1에서는 하위 스플릿에서 경쟁한다.
14승 2무 18패로 올 시즌 K리그1 12개 팀 중 7위다.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, 강등권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ACLE뿐 아니라 리그에도 공을 들여야 하는 처지다.
리그와 ACLE에 각각 어느 정도 비중을 두는지 묻자 이 감독은 "항상 팀을 먼저 생각한다고 답하고 싶다. 선수 기용, 선수단 일정을 포함해 구단에 쓴소리를 많이 하는 것도 팀을 기준으로 생각해서 그렇다"고 말했다.
이어 "팀 상황에 초점을 다 맞추면 답은 간단하다. 다음 경기인 인천 유나이티드전에도 팀에 어떤 선수가 도움이 될지, 누가 체력적으로, 정신적으로 준비돼 있는지 보겠다"고 덧붙였다.